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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수면제

 

 

 

나의 소꿉친구 불면증

 


대입 수학능력시험 전날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재수생신분으로 다음 해 시험에서도 밤을 꼴딱 세운채로 시험을 보았다. 어떻게 두 번이나 그럴 수 있지?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잠을  못 잤다는 내색을 하지 않은 채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냥... 불면증 때문에 시험을 망친것이라고 핑계를 대어 본다. 


그렇다. 나는 선천성?불면증을 가지고 있다.
나는 유전적으로 어머니보단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외모며 성격이며 등에 난 반점까지 아버지와 판박이다. 

그런 아버지를 닮지 못한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머리만 대면 잠을 잘 수 있는 (초)능력이다. 

아버지의 여러 단점들까지 많이 닮았는데 어째서 그거하나 닮지 못했는지 가장 안타깝다. 

지금도 가끔 친정집에 가면 점심드시고 꾸벅꾸벅 조시다가 이내 자리를 잡고 누워 버리는 아버지가 부러울 뿐이다.

 

난 언감생심 꿈도 꿀수 없을 정도로.... 낮잠이란 걸 평생 자본 기억이 5번도 되지 않는다. (물론 신생아 때는 잤겠지만...)

어쨌든 낮잠은커녕 밤잠이라도 잘 잤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잠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쉽게 잠들이 못하니 이것저것 딴생각을 하다 이불킥도 많이 하게 되고, 일부러 어려운 책을 읽어 보기도 하고 양도 1000마리 이상 세어보기도 하고....

최근에 생긴 불면증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시력저하이다. 

안 그래도 라식수술 때문에 안구건조증과 피곤함을 달고 있는데 잠이 안 온다고 스마트폰만 내내 보고 있으니 시력이 떨어지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보는것을 자제하고, 눈에 좋다는 영양제도 계속 챙겨 먹고 있다.

노안아 천천히 와라. ㅠㅠ

 

 

 

 

어릴때는 비록 잠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한번 잠들면 아침까지 쭈~욱 잘 자는 펀이었다.

학교 갈 때 매일 6시 반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 억지로 억지로 일어나고 '5분만 더'를 외치며 다시 잠들곤 했었다. 

그 당시엔 그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다. 

 

요즘은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새벽 4~5시가 되면 자연스레 눈이 떠지고.... 3시에 일어나지 않은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요 시간에 눈건강을 생각해서 스마트폰을 보지 말아야 하는데 식구들이 다들 자는 그 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고 또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ㅠㅠ


 

불면증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비단 나 뿐이 아닐 것이다.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아도 수면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수면과 관련된 산업도 점점 커져 큰 시장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을 조금만 서칭해 보아도 수면에 좋다는 식품, 영양제, 이불 베개 등의 제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나 역시 만성 불면증자로서 대추차부터 시작하여 감태, 타트체리, 멜라토닌과 같은 영양제를 구입해 복용해 보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물론, 개인적인 차이는 있을 것이다. 필자는 선천적으로 잠이 예민하기 때문에 이러한 식품들이 딱히 몸이 맞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불면증과 공생하 지며내려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

 

 

역시 수면제 뿐 인가?!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잠을 못자서 힘들긴 했지만, 하루 못 자면 다음날은 잘 자는 형태였기 때문에 병원을 갈 정도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TV매체를 통해 수면제에 대한 안 좋은 인식들이 쌓여 있어 너무 수면제에 의존하면 나중에 내성이 생겨 수면제를 한 움큼 먹고 있는 내가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나에게 이틀 연속 밤을 지세운 나날이 있었다.

살다 보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 누구나 있지 않은가...

그때는 스트레스가 심해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고 가슴이 계속 두근거려 눈알이 빠지도록 피곤해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나에겐 그때가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집근처 정신건강병원을 방문하여 현재의 나의 상태도 이야기 하고 원래부터 불면증이 있었노라고 상담을 하여 약 5일간의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하루 2번 복용하여 보았다.

약 덕분에 신세계를 경험하게 되었고, 잠을 잘 잔 덕분에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 일을 계기로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장기간 약을 처방받고 있고 잠이 너무 안오거나 너무 새벽에 깨는 날에만 아끼고 아껴서 잘 먹고 잘 자고 있다. 

역시 너무 미련맞게 살지 말아야겠다. 

 

 

 

 

넷플릭스야 자장가를 불러줘

병원에서 처방받는 수면제를 통해 어느정도 불면증과 타협을 이루긴 했지만, 아까도 언급했듯이 약에 너무 의존할까 봐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너무 자주 병원에 들락거리면 약 처방에 제재가 있을까 하는 소심한 생각에 최대한 먹지 않고 자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약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얼마 전 자격증 시험을 본다고 잠자기 전 유튜브 강의를 이어폰으로 들으며 잠드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엔 강의 내용에 집중을 하며 따라 가지만 어느 순간 강사님 목소리에 하얀 안개가 생기며 구름 속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다 이어폰을 내려놓고 금세 잠드는 나를 발견하곤 너무 신기했었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항상 나를 괴롭히는 과거의 생각들이 나지 않고 이불킥도 없어지고 남을 미워하다 잠들지 않아도 되는 신기한 방법이었다. 

 

 

 

 

 

몽중 강의 청강 덕분인지 자격증 시험은 합격을 했고, 이제 자기전에 무얼 들어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

유뷰브는 중간중간 광고가 나와 수면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광고가 없는 넷플릭스를 다시 가입하여 듣기만 해도 몰입이 되는 콘텐츠를 찾아보았다.

요즘은 '용감한 형사들'과 '무엇이든 물어보살' 프로그램을 너무 재미 있게 듣고 있다. 

사건의 흐름들을 긴장감 있게 듣다보면 그 이야기 속으로 몰입이 되고 어느새 이야기들이 하얀 구름 속에 떠돌아다닌다.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나의 눈을 덜 괴롭힌다는 것이다.

시청이 아닌 단순히 '청'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면증 때문에 힘들었을 나의 눈에도 휴식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이다. 

 

이제 자는 새벽3시에 깬다고 해도 네이버 서칭이 아닌 이어폰을 끼고 넷플릭스를 재생한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다시 잠들 수 있는 것이고 운이 안 좋아 못 잔다고 해도 적어도 눈의 피로함을 가중시키지는 않으니 손해 볼 것은 없는 일이지 않은가...

 


 

이와 같이 나름대로 불면증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긴했지만, 불면증은 다이어트처럼 나의 평생 숙제이다.

나에게 불면증을 물려주신 나의 어머니도 역시나 수십년간 매일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것이 평화로우면 삶이 재미가 없겠지.

적어도 잠들기전 나를 미워하고 남을 미워하는 습관이 없어져 다행이다. 

안녕히 주무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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